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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멧돼지, 고라니 포획작전- "어느 여름 날의 하루"

      ==> 농업인의 <야생 조수 피해> 대책(?)을  취재하며 느낀 무박 2일간의 짧은 기록 (바쁜 분은 읽지 마셔요.)

 

                           { 어느 여름 날의 하루 }

 

멧돼지, 고라니로부터 피해를 입는 농업인을 위해

지자체에서는 매년 유해조수 퇴치 작전에 고민을 한다.

그 현장을 동행 취재한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평균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산림이 우거지고 동물의 개체수도 현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호종인 산양, 수달, 노루도 예전에 비해 많이 목격된다.

 

환경은 온전히 보전하여

후세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가치다.

문제는, 자연과 인간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면서 발생한다.

가시박, 돼지풀 같은 외래식물과 배스, 황소 개구리같은 외래동물은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그닥 반갑지 않은 멧돼지와 고라니도

서식 환경이 좋아지면서 농업인들을 자주 괴롭히는 존재가 됐다.

해마다   옥수수, 벼, 고구마, 콩밭 등에 침입하여 농작물을 먹어 치운다.

 

8월 11일,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가리산.

              농가로부터 피해 접수를 받고 , 엽사와 함께 퇴치 작전에 동행했다.

 

14; 00 ~ 멧되지가 사정없이 먹어치운 옥수수 밭.

            밭의 한 가운데를 마당처럼 만들어 놓았다.

             밭 주인 할머니는 한숨만 쉬신다. 

 

15; 00 ~ 더덕밭을 온통 헤집어 놨다.

            잡식성인 돼지는 지렁이, 뱀도 잡아 먹는단다.

            못된 돼지새끼 !!!

 

18; 30 ~ 큰 노루가 콩밭에서  어린 노루 두마리와 뛰어놀며 콩잎을 뜯어먹고 있다.

           

19; 00 ~ 고라니 떼가 벼 잎을 먹다가 논둑으로 달음박질 친다.

            탕!!!

            한방의 총성이 울리고, 큼지막 한 고라니가 논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20; 10 ~  23; 00    시나브로 어둠이 깔린다. 초저녁은 멧돼지의 주 활동 시간이다.

                          긴팔 옷을 입고, 옥수수 밭 근처에 매복을 하고 침묵.

                          덥다. 모기가 덤빈다.

                          인내하며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컹  컹 ~~~

                          건너 마을에서 개소리가 들린다.

                          오늘 밤엔 돼지가 건너 마을로 들었나 보다....... 

                          소쩍새가 운다. 포획 실패.

 

23; 10 ~ 계곡 쪽으로 내려왔다. 세수를 하고 저녁 참을 먹는다.

             담소를 나누며 하늘을  보았다.

             무수한 별들이 반짝인다.   이뿌다.

             얼마 만에 깨끗한 하늘을 쳐다 보는 걸까?  

             ' 하늘에는 아직도 별들이 저렇게 많았었구나....... '

 

            " 멀리 있기에 별은 더 아름다운 것" 이라고 

              누군가는 노래 했다지?

             가까이에 머무는 별(= 가족, 친구, 이웃)도 소중한 데..................  ㅋㅋㅋ  

              

01; 30 ~ 차를 타고 이동하며 고라니를 더 퇴치하기로 했다.

            바람은 조금 시원해졌다.

            도로 옆 숲속에서 고라니 눈빛이 라이트에 비춰졌다.

            새벽이라서 동물들이 마을 근처까지 내려왔나 보다.    

           

           탕!!!

           엽사의 동작은 정말 날렵했다.

           정차와 하차, 조준, 발사가 순간에 연결동작으로 이어진다.

           ENG 카메라를 들고 헤드랜턴과 조명을 준비하고 숲으로 접근했다.

           얼마나 못된(?) 녀석이 힘들게 지은 농사를 망치는 걸까? 

 

           커다란 고라니 한마리가 쓰러져서 숨을 몰아쉰다.

           귀를 쫑긋하고 겁에 질린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촬영을 했다.

           그런데, 그만 카메라를 잡은 손에서 힘이 빠졌다.

           쓰러져 있는 고라니의 배에 금방 수유를 했던 하얀 유두가 보이는 게 아닌가?

 

           아 ~

           지금 이 근처에는 놀란 고라니 새끼들이 숨어서 떨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새끼들과 함께 있는 짐승은 잡지 않는데, 숲이라서 엽사도 발사 전에 새끼를 못봤다는 것이다.

          

            그 후, 고라니를 향한 총성은  세번 더 울렸다.

            ..............................

            얘들아?

            요즘은 풀도 무성한데, 산에서 먹이를 찾지 그랬니?

            잠시,  공존의 법칙을 생각해 본다..................................................................

                                                                                          2015.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