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엔 너무 슬픈 시 - 어느 지인(시인)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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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부요? 이력서가 되물었다.
쓰윽, 가윗날이 스쳤다.
가방끈이 짧구먼, 입이 큰 쓰레기통이 말했다.
창밖에...... 비가 오고,
빗줄기가 꽃모가지를 치고 피다만 꽃이 발에 밟혔다.
소식 끊긴 애인이 대문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꼭 와줄 거지?
애인이 보낸 청첩장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나는 나에게 선물을 받고 싶었다.
실반지는 얼마죠?
화려한 금은방은 대꾸도 없었다.
생일선물이 나를 비웃었다.
손님, 사실 거예요?
친절한 백화점이 정중히 물었다.
나는 들고 있던 옷을 내려놓았다. 가격표가 코웃음쳤다......
==>그만 일어나요.
성질 급한 미용실이 말했다.
다리를 꼬고 앉은 사모님에게 동네 미용실이 달려가 허리를 굽혔다.
애인이 결혼을 하는 그 시간, 머리카락을 털며 팁이 나를 비웃었다.
나는 오래된 애인을 싹둑 자르고 일어섰다............ 『글러브 중독자』(애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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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성장제일주의....... 무한경쟁.......
일등제일주의...... 에서 밀려난 변방의 사람들.......
시인은 그런 주변인인 화자(나)를 통해
비뚤어진 세태와 세상을 꼬집고 있지요.
가방끈(학력)이 짧다는 이유로 입사를 거부하는 대기업.......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버린 애인......
생일이라고 백화점에 가보지만 엄두도 낼 수 없는 고가의 옷.......
금은방의 실반지도 언감생심.......
머리나 깎겠다고 찾은 미용실에서도 팁을 주는 사모님 때문에 찬밥이 되어버리고.........
## 웃자니 슬프고 울자니 웃기기도 한 그런 풍경입니다.
중심도 주변도 없는,
모두가 중심이고, 모두가 변방인 그런 세상은 과연 가능할까요?
............................................... 2012.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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